Donoghue 도그마와 UK 대법원(UKSC): 현대 불법행위법에서의 재해석
“이웃 원칙은 아직도 살아 있는가?” 영국 대법원 판례가 던지는 미묘한 신호들

Donoghue v Stevenson에서 정립된 이른바 ‘이웃 원칙(neighbour principle)’은 영국 불법행위법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가장 많이 오해되는 도그마 중 하나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마치 모든 과실책임이 Donoghue 공식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설명되지만, 실제 판례 전개는 훨씬 복잡합니다. 특히 21세기 들어 영국 대법원(UKSC)은 Donoghue를 반복 인용하면서도, 그 적용 범위와 기능을 점진적으로 재조정해 왔습니다. 이 글은 학설용 정리의 ‘자리표시’로서, Donoghue 도그마가 UKSC 판례에서 어떻게 참조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 주의의무 분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정리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Donoghue가 더 이상 만능 공식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목차
Donoghue 도그마의 전통적 이해
Donoghue v Stevenson은 흔히 “과실책임의 기초 공식”으로 요약됩니다. 이웃 원칙에 따르면, 자신의 행위로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웃(neighbour)에 대해 주의의무가 인정됩니다. 교과서적 설명에서는 이 공식이 곧 주의의무 인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처럼 제시되곤 합니다.
이런 설명이 ‘Donoghue 도그마’로 굳어지면서, 마치 모든 새로운 주의의무 문제는 Donoghue 공식에 대입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상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례사에서 Donoghue는 보편 공식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계약·신분 중심 책임 체계를 확장하기 위한 역사적 돌파구에 더 가까웠습니다.
Anns 테스트와 그 이후
1970년대 이후 Donoghue는 Anns v Merton LBC에서 정식 테스트 구조로 재정식화됩니다. Anns 테스트는 (1) 근접성(proximity)과 예견가능성, (2) 주의의무를 부정할 정책적 고려가 있는지를 묻는 2단계 구조를 취했습니다. 이로 인해 Donoghue는 ‘개방적 확장 공식’처럼 기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확장성은 곧 반작용을 불러왔습니다. 과도한 책임 확장에 대한 우려 속에서 영국 법원은 Anns 접근을 점차 후퇴시키고, Caparo v Dickman을 통해 보다 제한적이고 범주 중심적인 분석 틀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Donoghue의 지위 역시 ‘만능 공식’에서 ‘출발점 중 하나’로 재위치화됩니다.
UKSC의 주의의무 접근법
- 기존 확립된 범주(category)의 존중
- 새로운 범주에서는 신중한 단계적 확장
- Donoghue는 배경 원칙으로만 기능
UKSC는 최근 판례들에서 Donoghue를 전면 테스트로 사용하기보다는, 기존 판례 범주를 확인한 뒤 필요할 경우에만 일반 원칙을 참조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즉 Donoghue는 여전히 상징적 출발점이지만, 실제 결론을 도출하는 직접적 도구로 쓰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UKSC 주요 판례에서의 Donoghue 인용
영국 대법원은 Donoghue v Stevenson을 “폐기된 공식”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기능은 명확히 제한됩니다. UKSC 판례에서 Donoghue는 주의의무 분석의 직접적 판단 기준이라기보다, 영국 불법행위법의 역사적·개념적 출발점으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새로운 주의의무 범주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 UKSC는 먼저 “기존 판례상 확립된 관계 유형에 해당하는가”를 검토합니다.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만 Caparo 분석이나 정책적 고려로 넘어가며, 이 과정에서 Donoghue는 일반적 배경 원칙으로 언급됩니다. 즉 Donoghue는 ‘열쇠’가 아니라 ‘지도’에 가깝습니다.
학설상 평가와 비판
| 학설 관점 | Donoghue 위치 | 평가 |
|---|---|---|
| 전통적 교과서 | 보편적 주의의무 공식 | 과도한 단순화 |
| 판례 중심 학설 | 역사적 출발점 | 기능적 재해석 |
| 정책 비판론 | 책임 확장 상징 | 억제 필요성 강조 |
최근 학설은 Donoghue를 “규칙(rule)”이 아니라 “언어(language)”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주의의무를 정당화하는 서사적 출발점이지,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는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학설·논문용 정리 포인트
- Donoghue = 만능 공식이 아닌 역사적 기준점
- UKSC는 범주 중심·점진적 확장 접근
- Donoghue 도그마 비판은 ‘폐기’가 아니라 ‘재위치화’
학설용 글에서는 “UKSC는 Donoghue를 부정하지 않지만, 더 이상 주의의무의 직접적 테스트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핵심 입장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이후 개별 판례 분석을 덧붙이기 위한 기초 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상징적 기준점으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UKSC는 이를 기계적인 판단 공식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역사적 출발점 또는 배경 원칙으로 인용됩니다.
대체라기보다는 역할 분담에 가깝습니다. Caparo는 새로운 주의의무 범주를 제한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도구이고, Donoghue는 개념적 기초에 머뭅니다.
무제한적인 책임 확장을 피하고,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정책적 고려가 강하게 반영된 선택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비판의 핵심은 Donoghue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있으며, 판례의 권위를 부정하기보다는 기능을 재정의하는 데 가깝습니다.
주의의무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사고 틀이지, 자동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법원이 사용하는 설명 방식의 하나로 이해됩니다.
“폐기된 공식”이나 “절대 원칙”이 아니라, 현대 UKSC 판례에서 재위치화된 배경 원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무리가 적습니다.
마무리하며: Donoghue는 끝나지 않았지만, 중심도 아니다
Donoghue 도그마를 UKSC 판례의 흐름 속에서 정리해보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Donoghue v Stevenson은 폐기된 판례도, 만능 열쇠도 아닙니다. 영국 대법원은 이 판례를 계속 존중하지만, 주의의무를 기계적으로 도출하는 공식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기존에 확립된 책임 범주를 우선 확인하고, 새로운 상황에서는 점진적 확장을 택하며, Donoghue는 그 모든 논의를 떠받치는 배경 언어로 남겨둡니다. 이 지점에서 ‘Donoghue는 규칙이 아니라 서사’라는 학설적 평가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학설이나 논문에서 Donoghue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넓게 적용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UKSC가 왜 그 적용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Donoghue 도그마는 무너진 것이 아니라, 현대 불법행위법의 구조 속에서 제자리를 찾았다고 평가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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