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bo v. Queensland (No 2) (Australia, 1992): 테라 눌리우스 붕괴와 네이티브 타이틀의 탄생
법률정보/해외사례분석 2026. 4. 21. 07:00Mabo v. Queensland (No 2) (Australia, 1992): 테라 눌리우스 붕괴와 네이티브 타이틀의 탄생
“호주 땅은 처음부터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땅’이었다”는 법적 전제가 뒤집힌 날,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처음 Mabo 판결을 접했을 때 저는 이상하게도 ‘법이 현실을 얼마나 늦게 따라잡는가’부터 떠올랐어요. 어떤 사회에서는 너무 당연했던 사실(누군가가 땅에서 살고, 규범을 만들고,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이 법정에서는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1992년, 호주 고등법원이 테라 눌리우스라는 법적 허구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토지 권리 하나를 인정했다”로 끝나지 않고, 역사·정체성·국가의 서사를 법이 어떻게 다룰지까지 건드렸죠. 오늘은 Mabo v Queensland (No 2)가 무엇을 판시했고, 네이티브 타이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계속 인용되는지 차분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사건 배경과 쟁점
Mabo v Queensland (No 2)는 토레스 해협 머레이 섬(Mer)에 살던 메리엄(Meriam)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통적 토지 소유권을 호주 법이 인정해야 하는지를 다툰 사건입니다. 원고 측은 식민지 이전부터 해당 토지를 점유·관리해 왔고, 그 체계는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규범과 권리를 포함한 ‘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소유권 분쟁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영국이 주권을 선언하던 시점에, 호주 땅이 법적으로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땅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존재하던 토지 질서가 있었는지였습니다. 즉, 기존 호주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던 전제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셈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단순히 머레이 섬만이 아니라 호주 전역의 토지 법리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시작부터
헌법적 성격을 지닌 중대 사건
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테라 눌리우스란 무엇이었나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는 라틴어로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을 뜻합니다. 호주 식민지 법리는 오랫동안 이 개념을 전제로 삼아, 영국이 주권을 취득한 순간 모든 토지의 궁극적 소유권이 왕실에 귀속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문제는 이 개념이 현실과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원주민 사회에는 명확한 토지 경계, 사용 규칙, 상속 방식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이를 ‘소유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토지 박탈은 합법적 행정 행위처럼 처리되었습니다.
| 구분 | 테라 눌리우스 전제 |
|---|---|
| 식민지 이전 | 법적으로 인정할 토지 질서 없음 |
| 주권 취득 | 모든 토지는 왕실 소유 |
| 원주민 권리 | 법적 보호 대상 아님 |
Mabo 판결은 이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테라 눌리우스를
유지할 수 없는 법적 허구
라고 선언했습니다.
네이티브 타이틀의 핵심 개념
법원이 테라 눌리우스를 폐기하면서 대신 제시한 개념이 바로 네이티브 타이틀(native title)입니다. 이는 원주민의 토지 권리가 영국 주권 취득과 동시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존속해 왔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네이티브 타이틀은 토지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이라기보다, 전통적 법과 관습에서 비롯된 권리 묶음으로 이해됩니다. 그 범위는 공동체마다 다를 수 있으며, 토지 이용·거주·의례 수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 식민지 이전 전통 법과 관습에 근거
- 지속적인 토지와의 연결성 요구
- 국가의 명시적 소멸 조치가 없는 한 존속
이 개념은 이후 호주 토지법 전체를 재편하는 출발점이 되었고, Mabo 판결의 가장 실질적인 유산으로 평가됩니다.
소멸(Extinguishment)과 한계
Mabo (No 2)가 “네이티브 타이틀이 존재할 수 있다”를 열어젖혔다면, 그 다음으로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은 이거였어요. “그 권리는 언제, 어떻게 사라지나?” 법은 여기서 ‘소멸(extinguishment)’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쉽게 말하면, 국가가 특정 행위를 통해 네이티브 타이틀과 양립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을 경우, 기존의 네이티브 타이틀이 전부 혹은 일부 사라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핵심은 “양립 불가능성”입니다. 네이티브 타이틀은 전통법·관습에 기반한 권리 묶음인데, 국가가 부여한 권리(예: 특정 토지에 대한 배타적 점유권)가 그 토지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점유·사용하도록 만든다면, 두 권리는 동시에 유지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때 법원은 ‘어느 범위까지 충돌하는지’를 따져, 일부만 소멸시키거나(부분 소멸), 아예 완전히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완전 소멸).
| 상황(예시) | 소멸 판단의 방향 | 이유(요지) |
|---|---|---|
| 배타적 점유를 전제로 한 권리 부여 | 완전 소멸 가능성 ↑ | 동시에 점유할 수 없음 |
| 제한적 사용 허용(특정 목적) | 부분 소멸 가능성 ↑ | 충돌하는 범위만 정리 |
| 공존 가능한 이용(예: 일부 접근·의례) | 공존(소멸 아님) 가능 | 권리 내용이 양립 가능 |
여기서 현실적인 한계가 드러납니다. 네이티브 타이틀은 “존재한다/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권리가 어느 범위까지 남아 있느냐
의 문제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소송은 복잡해지고, 증거는 촘촘해지고, 결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됩니다. Mabo가 문을 열었지만, 문 안쪽 길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결 이후 제도 변화
Mabo 판결이 나온 뒤 호주 사회는 “그럼 이제 땅은 어떻게 정리하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판결은 원칙을 선언했지만, 실제로 권리를 인정하고 분쟁을 조정하려면 제도와 절차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1993년 제정된 네이티브 타이틀 관련 입법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Mabo가 ‘법리의 선언’이었다면 이후 제도는 실무의 지도를 만든 셈입니다.
제도 변화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누가 네이티브 타이틀을 주장할 수 있는지(청구 적격). 둘째, 어떤 증거로 ‘전통 법과 관습’ 및 ‘연결성’을 입증할지(입증 구조). 셋째, 다른 토지 권리와 충돌할 때 어떻게 조정할지(협상·보상·등록 등)입니다. 이 틀이 생기면서 네이티브 타이틀은 추상적 선언에서, 실제 분쟁 해결의 언어로 옮겨오기 시작했습니다.
| 변화 영역 | 무엇이 달라졌나(요약) |
|---|---|
| 청구 절차 | 신청·심사·등록 체계로 정리 |
| 권리 조정 | 타 권리와 충돌 시 협상·보상 틀 마련 |
| 분쟁 해결 | 행정·사법 절차가 결합된 운영 |
다만 제도가 생겼다고 해서 모든 게 매끈해진 건 아닙니다. 입증 부담이 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권리의 범위도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변화는 분명합니다. Mabo 이후 호주 법은 “원주민 토지 권리는 존재할 수 없다”에서 “어떤 조건에서, 어느 범위로 존재하는가”로 질문을 바꿔버렸습니다.
오늘날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
Mabo (No 2)가 지금도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 판결이어서가 아닙니다. 이 판결은 호주 법이 ‘주권 취득’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선을 제시했어요. “법적으로 아무도 없었다”라는 말로 현실을 지워버리는 방식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니까요.
또 하나의 의미는 법의 언어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토지 권리를 ‘왕실의 수여(grant)’로만 설명했다면, Mabo 이후에는 기존 질서의 존속과 조정이라는 틀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네이티브 타이틀 논쟁을 넘어, 법과 역사, 국가와 원주민 공동체의 관계를 논의하는 기본 문장들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Mabo는 ‘완성된 정의’라기보다 ‘시작된 질문’에 가깝습니다. 네이티브 타이틀의 인정은 분명한 전진이지만, 소멸 논리와 입증 부담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여전히 현실의 간극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 판결은 이렇게 남습니다.
“법은 늦게라도 고쳐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고침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작업이다.”
자주 묻는 질문
아닙니다. 판결은 네이티브 타이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인정했을 뿐, 각 공동체가 전통 법·관습과 토지와의 지속적 연결성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은 영국의 주권 취득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주권 취득이 곧바로 원주민 토지 권리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타적 사유지 권리와는 양립하기 어려워 소멸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권리 성격에 따라 부분적으로 논의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미 적법하게 부여된 권리가 네이티브 타이틀과 충돌하는 경우, 그 범위에서 네이티브 타이틀은 소멸된 것으로 봅니다. 판결은 소급적으로 기존 권리를 무효화하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식민지 법체계와 원주민 권리를 다루는 비교법 논의에서 중요한 참고 판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호주는 법적으로 비어 있는 땅이 아니었으며, 원주민의 토지 권리는 법이 외면해 왔을 뿐 존재해 왔다”라는 선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Mabo는 판결이 아니라 기준선을 바꿨다
Mabo v Queensland (No 2)는 단순히 하나의 권리를 인정한 사건이 아닙니다. 이 판결이 진짜로 바꾼 것은 “무엇이 정상적인 법적 출발점인가”라는 기준선이었어요. 오랫동안 호주 법은 편의상 현실을 지워버렸고, 그 지워진 자리 위에 토지법 전체를 쌓아 올려 왔습니다. Mabo는 그 토대를 흔들며, 법이 역사와 완전히 분리된 채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네이티브 타이틀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소멸 논리는 강력하며, 입증 부담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왜 원주민 토지 권리를 인정해야 하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로 말이죠. 법이 늦게라도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수정이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Mabo는 지금도 살아 있는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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